2025.05.10(토)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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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사(주지 수진)의 아침저녁 예불(禮佛)을 알리는 범종 소리가 고즈넉한 산사(山寺)를 한바퀴 돌아 우렁찬 메아리가 되어 다시 울려 퍼지며, 바람에 스치는 풍경소리 또한 실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고, 수십그루가 넘는 절묘한 소나무가 만연사를 병풍처럼 휘감아 돌아, 포근하고 아담한 사찰 전경을 자아낸다.
또한, 절 경내에 울려 퍼지는 불경과 목탁소리가, 세속으로 부터 혼탁해진 심신을 씻어주는 듯 자연스레 두손이 모아져 합장을 하게 한다.
화순읍의 대표적인 사찰인 천년고찰 만연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 말사이며, 1208년(고려 희종 4) 만연(萬淵)이 창건하였다.
만연이 광주 무등산 원효사(元曉寺)에서 수도를 마치고 송광사로 돌아가는 길에 현재의 절 부근에서 잠시 쉬다 잠이 들었는데 꿈에 십륙나한이 석가모니불을 모시려고 불사를 하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 주위를 돌아보니, 눈이 내려 많이 쌓여 있었으나 자신이 누웠던 자리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이를 신비롭게 여겨 이곳에 토굴을 짓고 수도하다가 절을 세웠다는 창건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절 경내에는 전라남도 보호수로 지정된 전나무가 있는데, 이는 만연사 창건을 기념하기 위하여 진각국사 혜심이 심었다고 하며, 대한민국 국가문화재인 보물인 국보1345호 만연사괘불탱화가 유명하다.
괘불탱화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그림이다.
만연사에는 송광사 초대 주지였던 보조국사의 사리각을 비롯하여 대웅전·복왕전(卜王殿)·나한전 등 3전(三殿)과 8방(八房)인 승당(僧堂)·선당(禪堂)·동산실(東山室)·서상실(西上室)·동별실(東別室)·수정료(守靜寮)·송월료(送月寮)가 있었다.
중앙에는 규모가 큰 설루가 있었으며 설루 아래에 사왕문과 삼청각이, 그리고 사암(四庵)인 연혈암(燕穴庵)·학당암(學堂庵)·침계암(枕溪庵)·동림암(東林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6.25동란으로 건물은 소실되어 지금은 대웅전. 나한전. 명부전. 한산전(寒山殿)과 요사(寮舍)가 있고 선정암(禪定庵)과 성주암(聖住庵) 등 두 암자가 있다.
현재의 건물은 1978년부터 4여년에 걸쳐 철안 주지(澈眼 住持)가 재건한 것이다.
만연사의 삼존불(三尊佛)과 십대대왕상(十代大王像)·16나한상은 향나무로 조각한 고려 말기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비현화공(丕賢畵工)의 작품이라고 전해 오고 있는 가로 30자, 세로 20자의 괘불(掛佛)이 있고 범종(梵鍾) 또한 오랜 연륜을 간직하고 있다.
1636년(인조 14) 12월 병자호란 창의(倡義) 일지(日誌를 살펴보면 12월 16일자 기록에 만연사 스님 지삼(智森), 지환(智環), 경훈(景勳) 등이 종이(紙) 10속(束)을 바쳐 군중일지를 만드는데 도왔다. 30일 장(醬) 5 항아리와 마른나물 100속을 의병장 조수성(曺守誠)에게 보내왔다.
1637년(인조 15) 정월 10일 만연사 지삼(智森), 지환(智環) 등이 밥쌀 20말과 산나물 200묶음, 장지(壯紙) 5묶음, 유지(油紙) 2묶음, 삼으로 만든 신(麻靴) 60켤레를 바쳤다고 기록이 되어있다.
1739년(정조 17) 9월에 만연사에 큰 화재가 났었다. 고려시대 이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시고 있었던 진언집(眞言集)의 판각(板刻)이 소실되었다. 1794년(정조 18)에 도료장(都料匠) 경관(慶冠) 스님에 의해 중건되었다
한때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젊은시절 부친이 화순현감으로 부임하던 때에 만연사 동림암에서 수학하였으며, 구한말에는 당시 국창으로 불리던 이동백과 이날치가 이곳에서 창을 공부하였고 전광수와 임방울 등의 명창들도 이곳에서 공부했다.
특히 만연사는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시대에 왕실의 복을 빌어주던 자복사(資福寺사)로 지정되어 전국 8군데의 사찰 중 하나일 정도로 유서 깊고 중요한 사찰이었으며, 병자호란 당시에는 많은 군수물자를 조달하여 외적 방어에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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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은 기자 hwasuncenter70@daum.net
